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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플립> 로맨스 영화, 첫사랑의 기억

by 양총 2023. 1. 24.

<2017. 07. 12개봉작, 플립>

1. 소개 

영화 플립은 미국보다 한국에서 더욱 사랑을 받은 영화라고 합니다. 2017년 개봉작이지만, 팬들의 성화에 힘입어 개봉 후 7년이 지난 2021년 재개봉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통령의 연인>을 감독/제작한 로브 라이너의 작품이며, 여자 주인공인 줄리 베이커 역에는 매들린 캐럴이, 남자 주인공인 브라이스 로스키 역에는 캘런 맥오리피가 맡아 열연을 펼쳤습니다. 어린 시절이나 학창 시절을 떠올리면 나 혹은 내 절친에게 있었을 법한 귀여운 로맨스 영화입니다. 

2. 줄거리 

줄리는 자기 감정에 솔직한 7살 여자 아이입니다. 어느 날 맞은편에 새로 이사 온 동갑의 꽃미남 브라이스를 보고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적극적으로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줄리와 달리 소극적인 브라이스는 줄리의 구애가 너무도 부담스럽고, 심지어 괴롭기까지 합니다. 브라이스는 자신과는 반대되는 줄리의 성격과 행동을 이해하지 못해 싫어하고, 관리되지 않아 지저분한 줄리 집 앞 뜰도 싫어합니다. 그렇게 쫓고 쫓기는 두 사람의 관계는 계속되고, 둘은 중학생이 됩니다. 

줄리의 성격은 브라이스 집앞의 느티나무가 잘려 나갔을 때 잘 나타납니다. 매일 느티나무 위에 올라가 풍경을 즐기고 냄새를 맡던 줄리는 느티나무가 잘려 나가게 되자, 학교도 가지 않고 나무 위에 올라가 1인 시위를 벌입니다. 이 사건으로 줄리는 지역 신문에 실리는 유명 인사가 됩니다. 

줄리는 집앞 뜰을 치워서 닭장을 만들고 닭을 키워 얻은 달걀로 요리를 해 먹고, 넘쳐나는 달걀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자 필요한 이웃들에게 팔기도 하고, 브라이스에게는 그냥 주기도 합니다. 브라이스 가족은 살모넬라균이 있을지도 모른다며 걱정하고, 브라이스는 쓰레기통에 달걀을 버리다가 줄리에게 들켜 곤욕을 치르기도 합니다. 

줄리는 사람들이 무시하고 싫어하는 자신의 집앞 뜰을 스스로의 힘으로 가꾸기 시작합니다. 그 모습을 본 브라이스의 할아버지가 그녀를 돕게 되고, 줄리는 브라이스의 할아버지와 꽤 친한 관계가 됩니다. 할아버지는 브라이스에게 줄리가 브라이스의 할머니와 닮았다며 예뻐하고, 할아버지의 칭찬에 브라이스는 줄리가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3. 감상 

'첫사랑' 하면 생각나는 소설이나 영화들 중, 딱 하나만 꼽으라면 주저하지 않고 <플립>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소재는 단순하지만 영화를 풀어나가는 방식이나 주인공들의 심리 변화가 주는 재미가 커서 단숨에 러닝타임이 흘러가버립니다.

이 영화는 줄리와 브라이스 각자의 시선으로 번갈아가며 내레이션 형식으로 전개하는 연출을 사용해, 이야기 전개를 더더욱 흥미롭게 만들어줍니다. 다른 것도 그렇지만  '사랑'이란 것은 각자 느끼는 감정선이 다르다 보니 각자의 입장 차 또한 크기 마련입니다. 상대가 아무렇지 않게 한 말이 나에게는 크게 와닿을 수도 있고, 내가 A의 뜻으로 한 말이 상대에게는 B로 받아들여지기도 합니다. 이런 특징을 이 영화는 제목 <FLIPPED> 그대로, 뒤집고 뒤집히는 상황을 연출을 통해 기가 막히게 풀어냅니다. 그리고 영화 결말 역시 줄리와 브라이스의 감정이 플립 됩니다. 

이 영화는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였지만, 두 아이의 엄마인 나는 엉뚱하게도 브라이스 집안과 줄리 집안의 차이에 대해 느끼는 바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브라이스의 집은 부유하지만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대화도 거의 하지 않는 차가운 분위기의 집이었고, 줄리의 집은 집도 렌트에 집 앞 뜰도 가꿔지지 않아 사람들이 손가락질했지만 가족 간의 관계가 두터웠고, 사랑이 넘치는 집이었습니다. 느티나무가 잘려 나가 속상해하는 줄리에게, 줄리의 아빠는 느티나무 위에서 느꼈던 감정을 잊지 않고 간직할 수 있도록 캔버스에 똑같이 느티나무를 그려 줄리에게 선물합니다. 브라이스는 소심하고 감정 표현에 서툴렀던 반면, 줄리는 용감하고 자기감정에 충실했습니다. 상반된 가정환경에서 상반된 성격을 가진 두 주인공을 통해, 내가 어떤 부모가 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것 같습니다.

물질적인 풍요로움도 좋지만, 아이들이 감정적 풍요로움을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더 많이 사랑해주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고, 더 많이 표현해 주어야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도 줄리처럼 용감하고 자기감정에 솔직한 멋진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줄리와 브라이스처럼(브라이스도 나중에는 깨닫게 되므로) 설레는 첫사랑의 기억을 추억하게 되는 멋진 어른의 되어 있기를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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