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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코다> 성장 영화, 음악 영화, 가족의 사랑

by 양총 2023. 2. 5.

<coda, 2021>

1. 소개

코다(coda)는 'children of deaf adult의 줄임말로, 부모 중 1명 혹은 2명 모두 청각장애인이거나, 청각장애를 가진 보호자에 의해 양육된 사람을 일컫는 말입니다. 영화 포스터 속 여주인공의 손가락은 '사랑해'라는 의미의 수어입니다. <라라랜드>의 음악 감독이 참여한 작품으로,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각색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작품입니다.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트로이 코처는 주인공 루비의 아빠 역할을 맡았는데, 실제 농아 배우이며, 수상 소감을 할 때 우리나라 배우 윤여정이 대신 트로피를 들어 주었던 에피소드가 있었습니다. 따뜻한 가족 이야기이자 성장 드라마로 딱히 호불호가 없는 작품일 듯 하며, 음악을 소재로 한 영화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더욱더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줄거리

주인공 루비의 아빠, 엄마, 오빠는 모두 청각 장애인이지만, 루비는 비장애인으로 태어났습니다. 루비의 집은 바다에 나가 조업을 하며 생계를 유지하는데, 조업 시 해양 경찰과 무선 통신을 해야 하는 일이 많은데, 유일하게 비장애인인 루비가 항상 아빠, 오빠와 함께 배를 탑니다. 학교 친구들은 그런 가정 환경의 루비를 놀리지만, 루비는 개의치 않고 당당합니다. 

루비는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고 좋은 목소리 톤을 가졌지만, 정작 자신이 노래에 재능이 있다는 것을 잘 알지 못합니다. 루비는 같은 학교의 마일드를 짝사랑해 그가 있는 합창반에 들어가게 되고, 거기서 음악선생님 미스터v를 만나게 됩니다. 합창 시간에 미스터v가 학생들에게 노래를 불러보도록 하는데, 루비는 어릴 때 목소리로 인해 놀림 받았던 기억 때문에 부르지 못하고 교실을 뛰쳐 나갑니다. 

미스터 v를 다시 찾은 루비는 여전히 노래에 자신이 없었고, 미스터v는 루비에게 노래를 부를 때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묻습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던 루비는 노래에 대한 자신의 감정을 수어로 표현하고, 미스터v는 미소를 짓습니다. 미스터v는 루비에게 재능이 있다고 여겨, 버클리 음대에 진학할 것을 권유하고, 레슨을 해 주겠다고 합니다. 

학교에서 열리는 음악회에서 듀엣으로 노래를 부르게 된 마을스와 루비는 처음에는 어색해서 눈도 마주치지 못해 서로 등을 진 채 노래하지만, 서서히 가까워지게 됩니다. 둘은 노래 연습을 위해 루비의 집으로 향하고, 둘은 묘한 기류가 흐르는 가운데 듀엣 연습을 합니다. 그러던 중 루비 부모님의 격렬한 애정 행각으로 노래 연습을 망치게 되고, 다음 날 학교에 간 루비는 어제의 일로 친구들이 수군거리는 것을 알아채고 마일드를 원망합니다. 마일드는 루비의 마음을 풀어주기 위해 진심으로 사과하고, 둘은 화해하게 되면서 더욱 가까워집니다. 마일드는 가족간의 유대감이 끈끈하고 애정 넘치는 루비의 집을 부러워합니다. 

한편, 루비는 노래에 대한 열망과 대학 진학에 대한 꿈을 가족들에게 전하지만, 가족의 통역사로 세상과의 소통을 담당했던 루비가 떠나는 것을 경계합니다. 자신에게 의존했던 가족을 두고 자신의 꿈을 좇아 떠나는 것은 루비도 힘든 일이란 것을 알았기에, 결국 포기하고 가족 곁에 남기로 합니다. 

학교 발표회 날, 루비는 합창 공연과 듀엣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루비를 향해 환호하는 관객들의 반응을 보며 루비 아빠의 생각이 달라지고, 루비에게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참가하도록 합니다. 그렇게 루비는 선생님과 친구, 가족의 응원으로 합격 통지서를 받게 됩니다. 

3. 감상

휴일에 영화 한편 보고 싶어서 넷플릭스 음악 영화 추천을 검색해 보았는데 추천 목록에 있던 중 하나가 이 영화였습니다. 음악 영화를 좋아하기에 크게 망설이지 않고 골랐지만, 사실 가족 영화라기에 억지 눈물을 짜는 신파 요소가 있지는 않을까, 너무 한 감동 스토리가 아닐까 걱정하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을 뿐더러 코믹한 요소도 있고, 생각지 못한 감동이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울컥했을 장면이 있습니다. 학교 발표회 날, 루비가 듀엣 공연을 할 때, 노래가 시작된 후 어느 시점부터 영화의 사운드가 청각 장애인인 루비 아빠의 시점으로 옮겨 갑니다. 눈을 감고 영화를 보면 중간에 인터넷 연결이 끊겨서 영화가 중단되었나 싶을 정도로, 루비가 노래를 마칠 때까지 고요한 적막이 한참 이어집니다. 청각 장애인인 루비 가족들은 그렇게 고요한 적막 속에서 평생을 살았을테지요. 루비 아빠는 노래하는 루비를 향한 관객들의 시선을 이리저리 둘러 봅니다. 아름다운 루비의 음색을 듣고 환희에 찬 표정들, 감동받아 눈물 짓기도 하는 관객을 보며, 루비 아빠는 순간 뭔가에 맞은 듯한 표정이었습니다. 음악회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루비 아빠는 복잡한 심경에 잠깐 바람 쐬고 들어가겠다고 말하고, 루비는 그런 아빠 옆에 남습니다. 아빠는 루비에게 공연에서 불렀던 노래를 불러달라고 하고, 루비는 마음을 다해 노래를 부릅니다. 아빠는 들리지 않는 대신 루비의 목에 손을 감싸고 성대를 통해 울리는 딸의 노래를 느껴보려고 합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그동안 적막 속에 평생을 살았던 아빠는 노래가 뭔지 몰랐을테고, 그런 노래를 위해 가족을 떠난다는 루비가 이해되지 않았겠지요. 관객들을 통해 루비가 마주하고 있는 세상을 처음 직면하고 아빠는 얼마나 충격을 받았고 또 얼마나 회한을 느꼈을까요. 이 장면에서 루비 옆에 있던 사람이 아빠가 아닌 엄마였다면 영화의 감동은 절반으로 줄었을 것 같습니다. 보통 자녀와의 소통에 있어서 아빠는 엄마보다 한 발치 또는 그 이상으로  멀리 있으니까요.

 

고1이 되던 해에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아빠가 떠오릅니다. 표현할 줄 모르는 사람이었고, 표현에 서투른 사람이었습니다. 사춘기가 되어 처음 대든 저에게 아빠는 약간 오른 술기운에 따귀를 한대 날리고는 말없이 방을 나갔습니다. 그게 제가 기억하는 아빠와 서로 얼굴을 대면하고 겪은 처음이자 마지막 갈등이었습니다. 그 후 아빠가 제 마음을, 제 입장을 이해하게 되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분명 날 사랑했던 것만큼은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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