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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앙: 단팥 인생 이야기> 따뜻한 영화, 삶의 의미

by 양총 2023. 2. 2.

<앙: 단팥 인생 이야기, 2015>

1. 소개 

도라야끼(우리나라의 경주 찰보리빵과 비슷한 간식) 가게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삶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보고 나면 마음이 치유되는 것 같은 영화입니다. 

 

2. 줄거리

도라야끼를 파는 작은 가게 주인 센타로. 도라야끼에 들어가는 팥앙금을 기성품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어느 날 가게 구인 광고를 보고 '도쿠에'라는 할머니가 찾아옵니다. 센타로가 일흔의 나이를 훌쩍 넘긴 할머니를 돌려보내려 하자, 도쿠에는 자신이 직접 만든 팥소를 센타로에게 건네며 다시 오겠다고 합니다. 센타로는 쓰레기통에 처박았던 팥소를 다시 꺼내 맛을 보고 놀랍니다. 다음날 다시 찾은 도쿠에 할머니에게, 센타로는 팥소 만드는 일을 맡깁니다. 

도쿠에 할머니의 팥소를 넣은 도라야끼는 점점 입소문이 나면서 손님들이 줄 서는 가게가 됩니다. 

어느 날 센타로가 감기에 걸려 도쿠에 할머니가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얼떨결에 혼자 장사를 하게 되고, 와카나 라는 여고생 손님과 대화를 나누게 됩니다. 대화를 통해 과거 나병(한센병)을 앓았던 할머니의 사연을 알게 된 와카나는 엄마에게 무심코 도쿠에의 이야기를 하게 되고, 동네에 할머니에 대한 소문이 퍼지게 됩니다. 나병은 전염된다는 헛소문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로 인해 도쿠에 할머니는 도라야끼 가게 아르바이트를 그만두게 됩니다. 

센타로는 도쿠에 할머니로부터 편지를 받게 됩니다. 편지에서 할머니는 센타로가 언젠가는 자신만의 특별한 도라야키를 만들어 낼 거라 믿는다며, 너는 해낼 수 있다고 전합니다. 

와카나는 자신 때문에 할머니가 떠났다고 생각되어 센타로와 함께 도쿠에 할머니를 찾아 갑니다. 와카나는 자신이 키우던 새를 할머니에게 맡기고, 센타로는 다시 돌아와 도라야키 집 운영에 전념하지만, 건물 주인에게 쫓겨납니다. 센타로는 다시 무기력한 이전으로 돌아가 할머니를 찾아가지만, 할머니는 이미 폐렴으로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도쿠에 할머니가 썼던 팥 제작 도구와 녹음테이프를 전해 받게 됩니다. 할머니로부터 다시 한번 위로의 말을 듣게 된 센타로는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도라야키 판매를 시작합니다. 

3. 감상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므로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모든 것은 이 대사에 온전히 담겨 있습니다. 예전에 <한끼줍쇼>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 길 가다 우연히 만난 초등학생에게 강호동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요?"라고 묻자, 이경규가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지"라고 합니다. 이를 들은 이효리가 쿨하게 "뭘 훌륭한 사람이 돼, 그냥 아무나 되면 되지."라는 말을 합니다. 이효리의 이 발언에 사이다라고 공감하는 사람도 있었고, 이경규가 무안했겠다며 비판하는 사람도 있어서 화제가 되었던 적이 있습니다. 이효리가 말한 '아무나'는 '별 볼 일 없는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너도 나도 치열하게 스펙을 쌓는 경쟁 과열의 시대에, 누구나 부러워하는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남이 부러워할 만큼 가진 것이 별로 없는 사람이 되면 마치 낙오자가 된 것처럼 자책하고, 자존감이 발끝까지 떨어지는 사람이 많아진 이 세상에서 꼭 너도 나도 그럴듯한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만 인생이 가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는 뜻이었을 거라고, 저는 해석합니다. 성의 없어 보이게 내뱉은 말이었지만, 누구보다 화려하게 살아봤을 그녀가 결혼해 제주살이를 하면서 반려견들을 키우고 배우자와 소소한 삶을 나누면서, 진정한 행복과 삶의 의미를 깨달았을 것이므로, 그 배경으로부터 나온 마음 어린 조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저도 아이들을 키우면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합니다. 10여년 전 통계에서 이미, 경제적으로 상위 10%의 삶을 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이 미래에도 상위 10%에 속한 삶을 살 확률이 87%가 넘는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반대로 하위 10%의 삶을 사는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미래에도 하위 10%에 속한 삶을 살 확률 역시 87% 가까이 된다는 결과가 나왔던 것을 기억합니다. 개천에서 용 나던 시대는 이미 지나간 것이지요. 물론 아주 간혹 저런 확률을 뛰어넘어 자신의 삶을 훌륭하게 일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소수이겠지요. 이런 상황에서 부모 된 입장으로서 아이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요. 물론, 치열하게 상위 10%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인생이 계획이나 노력만으로 결과가 주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내가 어릴 때만해도 '자존감'이라는 단어는 지금처럼 흔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비슷비슷하게 어려웠고, 먹고사는 데 바빴으며, 더 빼어나게 잘 사는 사람이 있더라도 건너 건너 듣기만 했지, 지금처럼 유튜브나 SNS 영상으로 직관적으로 볼 수 있던 것이 아닙니다. 지금은 내가 모르는 사람도 잘 먹고 잘 사는 모습을 보니, 평범한 나 자신이 제대로 살고 있는 것이 맞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왜 나는 저렇게 살지 못할까 하며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며 괴로워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텔레비전 상담 프로그램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이 '자존감'이라는 말일 정도로, 자존감이 낮아진 사회가 되었습니다. 

 

법륜 스님이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우리 삶은 어떤 것이 좋다 나쁘다 잘라 말할 수 없어요. 선택과 그것에 따른 책임이 있을 뿐입니다. 이때 자기 선택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것은 선택의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인다는 것입니다." , "우리는 모두 풀 같고 개미 같은 존재입니다. 미미하지만 사실은 소중한 존재입니다. 이것을 탁 깨달아버리면 남이 나를 어떻게 보든 신경 안 쓰고 편안히 살 수 있으며, 남의 인생에도 간섭하지 않게 됩니다." 

훌륭하고 멋진 삶을 사는 것, 물론 좋겠지요. 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마음에 평화를 갖고,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최선의 선택을 하며 그에 대해 책임질 줄 알고,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의 가치를 소중하게 여길 줄 아는 삶의 태도일 것입니다. 우리 아이들이 그런 어른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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