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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완벽한 타인>, 판도라의 상자 핸드폰

by 양총 2023. 2. 7.

<완벽한 타인, 2018>

1. 소개

이 영화는 2016년 개봉한 이탈리아의 원작 <퍼펙트 스트레인저>를 리메이크한 작품입니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프랑스, 인도 등 18개국에서 리메이크를 한 바 있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리메이크된 영화로 기네스 북에 등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오늘날의 핸드폰은 단순한 기계가 아니라, 그 자체로 '나'라고 생각될 만큼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나이, 지역, 성별 불문하고 모두가 공감할 만한 소재이기도 하고,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력 때문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2. 줄거리

40년째 우정을 이어오는 태수, 석호, 준모, 영배는 서로의 배우자들과 함께 커플 친목 모임을 가지는 찐친들입니다. 석호의 집들이에 모인 이들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저녁 식사를 하게 됩니다. 그러다가 예진(석호의 아내)이 저녁 식사 시간동안 각자의 핸드폰을 테이블에 올려두고, 그 시간 이후로 오는 내용을 모두 공개하자는 게임을 제안합니다. 다들 머뭇거리는 분위기이지만, 겉으로는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는 듯 제안을 받아들이고, 드디어 판도라의 상자가 열립니다. 

게임이 시작된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 준모의 폰이 울리고, "자기 몸이 그리워"라는 메시지가 뜹니다. 일순간 모두가 긴장했지만, 석호가 딸을 배웅하러 나갔다가 장난친 것으로 드러납니다. 

다음은 수현(태수의 아내)의 전화가 울렸습니다. 스피커폰으로 받은 전화 속 상대 여자는 예진의 험담을 합니다. 수현은 당황하고 예진의 표정은 굳어집니다. 

태수는 영배에게 담배를 피우자고 하고, 테라스에 나가 자신의 비밀을 말합니다. 우연히 알게 된 연상의 여자가 밤 10시만 되면 자신에게 셀카를 보낸다는 것이었습니다. 다급해진 태수는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갖고 있는 영배에게 폰을 잠깐 바꾸자고 합니다. 그런데 그렇게 바뀐 영배폰으로 한 남자가 아직 화났냐는 카톡이 오고, 수현이 태수에게 누구냐고 물어보자 대답하다가 옥신각신하게 되어 전화 통화까지 하게 되고, 카톡을 보낸 이 가 남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모두가 그 남자와 관계있는 것이 태수라고 오해하게 됩니다. 

이렇게 서서히 각자의 사생활이 드러나고, 얽히고 설킨 관계로 복잡해지면서 모든 상황이 파극으로 치닫습니다.  

하지만 영화 결말에서는 이 모든 것이 일어날 수도,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열린 결말로 끝이 납니다. 

3. 감상

각종 CG에 스펙타클한 배경과 어마한 제작비가 투입되어도 크게 재미없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도 많습니다만, 이 영화는 집이라는 한 공간에서만 촬영이 된 것인데도 그 어느 영화보다 긴장감 있게 잘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소재 자체가 주는 긴장감이 크다는 것이 한몫했을 겁니다. 

어느 날 갑자기 핸드폰을 잃어버린다면? 정말 상상도 하기 싫은 일입니다. 새벽 5시 나를 깨워주는 것도, 못 일어나면 빨리 일어나라고 채근해주는 것도, 잊고 있는 각종 경조사를 미리 귀띔해 주는 것도, 각종 금융 업무부터 인간관계까지 내 모든 세상이 작은 기계 안에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핸드폰이 없어지는 순간, 제 신경도 마비가 될 것 같은 기분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로 해결되는 세상이니 참 편하기도 하지만, 이 하나 때문에 곤란한 상황이 생기는 경우도 너무나 많습니다. 우리가 영화에서와 똑같은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떨까요? 

영화 제목이 왜 완벽한 타인일까 하고 영화를 보게 되었는데, 완벽한 내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도 결국은 정작 내가 제일 모르는 사람일 수 있는, 완벽한 타인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더군요. 이 영화를 보고 한동안은 사람들을 보면 '저 사람은 어떤 비밀이 있을까?', '보이는 저 모습이 진짜일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르는 게 약일까요, 아니면 알아서 해결을 하는 게 더 나은 걸까요. 적당히 가벼운 비밀은 모르는 것이 관계를 유지하는데 더 나을 수도 있지만, 너무 큰 비밀은 언젠가 비밀이 아닌 것이 될 확률이 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 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저도 제 생각이나 저에 관한 것을 타인에게 오픈하지 않는 편이다 보니,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던 영화였습니다.

사람은 왜 이렇게 복잡한 존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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