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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셰이프 오브 워터: 사랑의 모양>, 노자의 도덕경

by 양총 2023. 2. 5.

 

<The shape of water, 2017>

1. 소개

이 영화는 판타지의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의 대표작이 될 만큼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작품상, 감독상, 미술상, 음악상을 휩쓸었습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여배우 샐리 호킨스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우리는 얼마나 편견 없이 나와 다른 사람을 대하는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영화입니다. 

2. 줄거리

엘라이자는 들을 수는 있지만 말을 하지 못하는 언어 장애를 가진 여자로, 정부의 한 비밀 연구소에서 청소부를 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매일 아침 일어나 달걀을 삶고 욕실에서 혼자 육체적 쾌락을 즐긴 후, 이웃 자일스와 함께 식사를 하고 출근합니다. 자일스는 엘라이자의 식사 파트너이자 대화 상대로, 동성애자입니다. 

어느 날, 비밀 연구소에 물고기도 아닌 인간도 아닌 괴생명체가 들어옵니다. 알라이자는 젤다와 함께 청소를 하러 들어갔다가 이 괴생명체를 목격하게 됩니다. 젤다는 엘라이자와 함께 연구소에서 일하는 흑인 여성으로, 엘라이자를 잘 챙겨주는 좋은 친구입니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에게 관심을 갖게 되고, 매일 삶은 달걀을 내어줍니다. 괴생명체 역시 처음에는 엘라이자를 경계하지만, 서서히 조금씩 다가오는 엘라이자에게 경계를 풀고 다가갑니다. 그렇게 둘은 깊게 교감하게 됩니다.  

한편, 연구소의 보안 책임자 스트릭랜드는 괴생명체를 묶어 놓고 전기 고문을 가합니다. 스트릭랜드는 군인 출신으로, 권력을 과시하고 자신보다 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냉혈한입니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가 고문당하는 것을 보게 되고, 연구소에서 그를 연구하기 위해 해부할 것이라는 얘기를 듣게 됩니다. 엘라이자는 괴생명체를 구출하기 위해 이웃 자일스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여기에 젤다와 호프스테틀러 박사(소련의 스파이)까지 합쳐 괴생명체의 탈출에 성공합니다. 집에 도착한 엘라이자는 욕조에 괴생명체를 넣어줍니다. 괴생명체는 그렇게 엘라이자와 함께 지내며 사랑을 나누지만 점점 기운을 잃어가고, 엘라이자는 마음 아프지만 비 오는 날 그를 보내주기로 합니다. 이별을 맞은 둘은, 부두에 도착해 슬퍼합니니다. 

그런데 그때, 스트릭 랜드가 나타나 괴생명체와 엘라이자를 총으로 쏘고, 괴생명체는 자가치유를 한 후 스트릭 랜드를 죽여 버립니다. 그는 총에 맞에 쓰러진 엘라이자를 안고 물에 뛰어든 후, 그녀의 상처에 손을 갖다 댑니다. 그러자 엘라이자의 흉터가 아가미로 변하고, 둘은 입을 맞추며 껴안습니다. 

3. 감상

"그대의 모양 무엇인지 알 수 없네. 내 곁에는 온통 그대뿐, 그대의 존재가 사랑으로 내 눈을 채우고 내 마음 겸허하게 하네. 그대가 모든 곳에 존재하기에." (영화 대사 中)

 

저는 가끔 마음이 심란할 때 노자의 <도덕경>을 읽곤 합니다. 한자는 글자 자체로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보니, 그 글자의 숨은 뜻을 좇다 보면 잡생각이 사라지는 데다가, 읽다 보면 절로 무릎이 쳐지는 깨달음이 그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영화의 원제 <물의 모양>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도덕경에서 말하는 ''의 모양과 닮아 있는 듯 해서, 제가 도덕경에서 제일 좋하는 <8장 上善若水 상선약수>가 떠올랐습니다.  

 

上善若水(상선약수) : 가장 좋은 것은 물처럼 되는 것이다 

水善利萬物而不爭(수선이만물이부쟁) :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지만 다투지 않고

處衆人之所惡故幾於道(처중인지소오고기어도) : 사람들이 싫어할 곳에도 머무르므로 도(道)에 가깝다 

居善地(거선지) : 머무를 때는 그 곳을 좋게 하라 

心善淵(심선연) : 마음 써야 할 때는 마음씀을 깊이 하라 

與善仁(여선인) : 사람과 어울릴 때는 어질게 하라

言善信(언선신) : 말함에 있어서는 믿음직하게 하라 

正善治(정선치) : 다스림에 있어서는 올바르게 하라 

事善能(사선능) : 일을 할 때는 잘 되도록 하라 

動善時(동선시) : 움직임에 있어서는 때를 잘 맞추도록 하라  

夫唯不爭故無尤(부유부쟁고무우) : 다투지 않으니 허물이 없으리라

 

도덕경에서 여기는 최고의 도는 물처럼 되는 것입니다. 물은 모든 생명의 근원으로, 물이 없이는 자연도 그 속의 인간도 살아갈 수 없습니다. 물은 만물을 이롭게 하고, 그 형태의 특징상 가지 못할 곳이 없습니다. 넓은 바다도, 거친 협곡도, 아주 작은 바위틈 사이도, 심지어 더러운 도랑까지 이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물은 계속 낮은 곳을 향해 흐릅니다. 더러운 곳을 피하려고도, 높은 곳으로 거슬러 올라가려고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연의 섭리에 따라 꾸준하고 조용하게 자기를 낮추며 흐를 뿐입니다.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인데, 왜 인간은 자연처럼 살지 못하고 탐욕을 부리며 다른 사람을 짓밟는 것일까요. 

 

이렇듯 도덕경에 생각이 이르다 보니, 우리말 제목 <사랑의 모양> 보다 원제인 <물의 모양>이 더 와닿았습니다. 제목은 <사랑의 모양>이지만, 결국 사랑은 물의 모양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특정한 모양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영화에서는 인간과 괴생명체의 사랑을 통해 편견을 뛰어넘는 사랑을 그렸지만, 개인적으로는 세상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차별과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표현했다고 개인적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물의 속성처럼 낮은 자세로, 나보다 낮은 곳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사랑을 베풀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융화되어 사는 삶의 태도를 가져야 한다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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