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아이 학교 끝나고 사비 산책을 함께 시키고 있는데,
택배 화물차가 집 앞에 왔다.
우리 집 쪽으로도 뭔가를 가져다 두고 오시는 것 같아서 뭔가, 했는데,
큰아이가 어버이날 기념으로 사준다고 한 선물이 도착했나 보다.
짠!
목걸이가 골드 밖에 없어서,
뭔가 여름에 하기에는 무거워보여서 고른 건데,
너무 마음에 든다 ㅎㅎ
그래도 협박해서 받아낸(?) 것은 아니고
몇 번을 고사하다가 뭐가 갖고 싶냐고 계속 물어서 받은 거다 ㅎㅎㅎ
나비 날개에 큐빅으로 군데군데 장식이 있어서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니 더욱 예쁘다.
선물이야 내가 고른거라 받을 걸 알고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카드를 받지 못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받아서, 사실은 이 선물이 더 감동이었다.
그런데 웬 구속 영장????
- 잘 키워주시고, 낳아주신 죄 (순서가 이상한데?ㅋㅋ)
-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신 죄
- 나를 사랑해 주신 죄
-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신 죄
- 이무튼 기타 이득을 주신 죄
구속 영장의 죄목을 보고 감동스러워야 하는데,
어쩐지 미안해졌다.
내가 정말 저 죄목들을 충실히 저질렀던가.. 싶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것은 내 선택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마땅한 의무이지만,
아이들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상냥하고, 더 지혜롭고, 더 부유한 엄마를 택했겠지.
어버이날이니 도의상 그렇지 않은 죄목도 넣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나를 잘 포장해 준 것이 어쩐지 짠하고 미안하고 그렇다.
(뭔가 죄목으로 써오니, 안 지키면 잡혀갈 것 같은 느낌;;;; 의도한건가;;;; 무섭;;;)
이렇게 반성의 일기를 쓰고도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밥 차려놨는데 왜 안나와!!!!!!"하며 고함을 질러대겠지만...
아이들이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들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늘 잊지 말고 더 인격적으로, 어른으로 대해주려고 노력해야겠다.
고마워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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