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3줄 일기

[어버이날]에 구속 영장을?

by 양총 2023. 5. 4.

 

큰아이 학교 끝나고 사비 산책을 함께 시키고 있는데,

택배 화물차가 집 앞에 왔다. 

우리 집 쪽으로도 뭔가를 가져다 두고 오시는 것 같아서 뭔가, 했는데, 

큰아이가 어버이날 기념으로 사준다고 한 선물이 도착했나 보다. 

짠! 

목걸이가 골드 밖에 없어서, 

뭔가 여름에 하기에는 무거워보여서 고른 건데, 

너무 마음에 든다 ㅎㅎ 

그래도 협박해서 받아낸(?) 것은 아니고 

몇 번을 고사하다가 뭐가 갖고 싶냐고 계속 물어서 받은 거다 ㅎㅎㅎ 

나비 날개에 큐빅으로 군데군데 장식이 있어서 

각도에 따라 반짝거리니 더욱 예쁘다. 

 


선물이야 내가 고른거라 받을 걸 알고 있었지만, 

몇 년 동안 제대로 된 카드를 받지 못했다가 

생각지도 못한 카드를 받아서, 사실은 이 선물이 더 감동이었다. 

그런데 웬 구속 영장????

- 잘 키워주시고, 낳아주신 죄 (순서가 이상한데?ㅋㅋ) 
- 나를 위해 시간을 투자하신 죄 
- 나를 사랑해 주신 죄 
- 내가 힘들 때 나를 위로해 주신 죄 
- 이무튼 기타 이득을 주신 죄 

구속 영장의 죄목을 보고 감동스러워야 하는데, 

어쩐지 미안해졌다. 

내가 정말 저 죄목들을 충실히 저질렀던가.. 싶어서.. 

 

아이들을 낳고 기르는 것은 내 선택이기에 당연히 해야 할 마땅한 의무이지만, 

아이들은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다. 

선택할 수 있었다면 더 상냥하고, 더 지혜롭고, 더 부유한 엄마를 택했겠지. 

어버이날이니 도의상 그렇지 않은 죄목도 넣었을 테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더 많은 나를 잘 포장해 준 것이 어쩐지 짠하고 미안하고 그렇다. 

(뭔가 죄목으로 써오니, 안 지키면 잡혀갈 것 같은 느낌;;;; 의도한건가;;;; 무섭;;;) 

 

이렇게 반성의 일기를 쓰고도 내일 아침 눈을 뜨면 

"밥 차려놨는데 왜 안나와!!!!!!"하며 고함을 질러대겠지만... 

아이들이 나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내가 아이들을 선택한 것이라는 것을 

늘 잊지 말고 더 인격적으로, 어른으로 대해주려고 노력해야겠다. 

 

 

고마워 아들. 

 

댓글